“일산의 조용한 밤, 한 공간의 이야기를 듣다”

‘시끄럽지 않은 노래방’을 상상하다

노래방이라는 단어에서 소음과 열기를 떠올리는 사람이라면,
이 공간의 정체는 조금 의외일지도 모른다.

일산의 한 조용한 골목에 자리한 이곳은
“말 없이 머물 수 있는 공간”을 표방한다.
간판조차 눈에 띄지 않는 이 노래방은
특정 타깃을 향해 적극적으로 마케팅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매일 이곳을 찾는 사람들은 꾸준하다.

조용한 노래방을 찾는 사람들에게 알려진 공간

 

“공간이 말을 많이 하면 안 된다고 생각했어요” – 운영자 인터뷰

우리가 만난 공간 운영자는
시작부터 공간에 소리를 덜어내고 싶었다고 말했다.

“사람들은 이미 충분히 시끄러운 하루를 보내고 오잖아요.
여기는 좀 덜 말 걸어도 되는 곳이었으면 했어요.”

그래서인지 이곳은
고객에게 먼저 말을 거는 직원이 없다.
매니저 초이스도 마찬가지다.
필요한 응대 스타일을 요청하면,
그에 맞춰 조용히 배정된다.

초이스 응대 방식이 자연스럽게 녹아든 시스템

 

공간을 쓰는 방식은 자유롭다

어떤 이는 룸에 들어서자마자 노래를 부른다.
또 어떤 이는 리모컨조차 만지지 않고
조명 아래 가만히 앉아 시간을 보낸다.

이곳은 그 모두를 허용한다.

음향 세팅은 과하지 않고,
조명은 낮으며,
룸 구조는 외부와 차단된 형태다.
마이크 울림은 최소화되어 있고,
볼륨 밸런스도 개별 룸마다 다르게 맞춰진다.

음향 밸런스와 공간감에 대한 후기들

 

혼자 오거나, 함께 와도 어색하지 않은 곳

방문객의 절반은 1인 방문이다.
30대 남성 직장인이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그 외에 소규모 2~3인 이용도 많다.

“무언가를 하지 않아도 괜찮은 공간”이라는 인상이
입소문을 통해 퍼졌고,
이제는 일부러 아무것도 하지 않기 위해 이곳을 찾는 이들도 생겼다.

이 노래방은 그렇게
‘방문 목적이 애매한 이들에게’ 가장 뚜렷한 기능을 해낸다.

 

‘기억에 남지 않기 위해’ 만들어진 공간

인터뷰 말미에 운영자에게 물었다.
이 공간은 어떤 기억으로 남았으면 좋겠냐고.

그는 이렇게 답했다.

“기억에 강하게 남지 않아도 괜찮아요.
다만, 필요할 때 문득 떠오를 수 있는 정도면 충분하죠.”

그 말처럼 이곳은
화려하거나 눈에 띄지 않는다.
하지만 조용히 시간을 흘려보내고 싶을 때
한 번쯤은 생각날 공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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